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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중대재해법을 필요로 하는가 한국사회는 중대재해법을 필요로 하는가 전주희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 이 글은 2022년 9월에 발간된 111호에 실렸습니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다 2021년 1월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이 통과되자마자, 법 제정 운동을 이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와 산재 유가족들은 애초에 운동본부가 발의한 법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채 통과된 법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법 제정을 위해 33일간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법안을 논의할 때마다 법이 깎여 나가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다.[1] 경영계 또한 .. 2023. 12. 26.
국제질서의 변동과 사회운동의 공간(2/2) 국제질서의 변동과 사회운동의 공간(2/2)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계속) *** 요컨대, 신냉전론은 일말의 진실과 일말의 획책을 담고 있다. 이를 면밀하게 구분함으로써 우리는 미국의 정치 엘리트와 바이든 행정부가 그리는 국제질서 재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유럽과 비서구 국가들에 제기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신냉전론은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신냉전론의 여러 버전 중 이념 대결과 진영 대결에 초점을 두는 주장의 경우, 가치 외교나 이념 논쟁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 가치 외교에 반대하면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쪽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주장은 누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오직 ‘국익’이라는 말로 포.. 2023. 12. 18.
국제질서의 변동과 사회운동의 공간(1/2) 국제질서의 변동과 사회운동의 공간(1/2)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에서 발표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왜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사회운동은 국제질서의 변동을 예의주시해야 하는가? 세계를 돌아보면,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온갖 상품을 교역하고 금융시장은 분주하며 국민국가와 국제기구 시스템이 건재한 듯 보인다. 하지만 2023년 현재 국제질서는 큰 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쟁과 학살, 에너지·식량 위기, 바이러스의 창궐 등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국제질서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이 감각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서 있다는 일종의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그런 막연함 속에서 우리 사회운동은 .. 2023. 12. 14.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유감”의 용법에 대한 분노의 아카이브: 리뷰 조지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유감(Regret)”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열렸던 故김용균 추모 5주기 특별기획전시가 지난 12월 3일에 막을 내렸다. 언뜻 추모 전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감’이라는 단어는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전시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은 12월 7일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다시 반복되었다. 대법원의 기각판결로 김용균의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의 무죄가 확정되었고,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던 유감이라는 강렬한 글자가 대법원의 판결 속에서 (실제로는 그 단어를 내뱉고 있지 않지만)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유감이지만) 원청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사망사고는 유감이나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법정 발화.. 2023. 12. 11.
케인스 플랜(Keynes Plan)의 제자리 찾기 케인스 플랜(Keynes Plan)의 제자리 찾기 박기형(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1. 케인스의 귀환이라고? 본 글은 케인스의 국제통화체제 개혁안에 제자리를 찾아주는 걸 목표로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의 귀환’에 관한 담론이 널리 퍼졌다. 그와 함께 ‘케인스의 귀환’를 외치는 흐름도 강해졌다. 그런데 케인스는 정말 ‘복귀’하는 걸까? 귀환 또는 복귀라고 말하기 위해선, 본래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아래에선 국제통화체제 개혁에 관한 케인스의 아이디어, 즉 케인스 플랜을 검토한다. 그럼으로써 케인스의 복귀를 외칠 때, 흔히 놓치고 있는 지점을 밝힌다. 그동안 케인스는 ‘시장 대 국가’의 도식 아래에서 시장의 자유를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때 자주 소환되었다. 특히 국제자본의 이.. 2023. 12. 4.
애도의 범위: 주디스 버틀러, 폭력과 폭력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을 쓰다. 애도의 범위 : 주디스 버틀러, 폭력과 폭력에 대한 규탄(condemnation)을 쓰다. 번역: 배경진(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감수: 조지훈, 한상원 편집자 서문 이 글은 45호에 실린 주디스 버틀러의 글 '애도의 범위(The Compass of Mourning)'를 번역한 것이다. 원문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lrb.co.uk/the-paper/v45/n20/judith-butler/the-compass-of-mourning 이 글은 주디스 버틀러가 10월 7일 하마스의 군사행동이 벌어진 직후 작성한 글이다. 따라서 글의 논조는 하버드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를 비롯해 하마스의 행동을 변호하는 입장들을 비판하고 하마스의 행위를 규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라는 역사.. 2023. 11. 26.
신탁의 제도화: 화폐, 회사 그리고 국민국가 웹진 인-무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 은 현대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법제도와 사회조직에 관한 연구들을 소개한다. 현대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새로운 유형의 관념에 기반한다. 법적 인격과 그것들이 맺는 관계, 거기에 결부된 권리들의 체계가 자본주의에 특유한 소유 형태를 가능케 했다. 전통적인 자본주의 비판에서는 주식회사, 은행, 중앙은행, 각종 영리 및 비영리 법인체들의 형성 과정과 본질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 소스타인 베블런, 루이스 멈퍼드와 같은 이들, 독일역사학파나 오스트리아학파와 같은 이들로부터 자본주의를 법제도와 사회조직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길 중 하나가 "신탁(trust)"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탐구다. 신탁은 현대 .. 2023. 11. 21.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아우성-이미지 현장 퍼포먼스로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 정지영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이 글은 2023년 11월 5일 wrm에서 진행된 〈디자인 문화 강연/워크숍: 신중한 질문들〉에서 썼습니다. 표면이 찢기고 긁힌 스티커들이 승강장 벽을 덕지덕지 메운다. 지난 21년 12월부터 시작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촉구 시위의 흔적이다. 시위는 끝났지만, 4호선 삼각지역 벽을 광활하게 드리운 스티커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한동안 오가는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스티커 시위”(이하 전장연 스티커 시위)의 위력을 금세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전장연 스티커 시위는 일반적으로 불법 부착물이나 청소 노동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그.. 2023. 11. 14.
[자료집]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학술대회 자료집 합본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지난 10월 24일, 25일 양일간 '진실과 투쟁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해당 학술대회 발표문과 토론문이 담긴 자료집 합본을 pdf 파일로 공개합니다.아래 링크를 통해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2023.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