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보았듯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난에 대한 취약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난이 형성되는 사회구조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왜 특정 집단이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재난적 상황에 더 취약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난이 형성되는 사회구조적 배경과 더불어 특정 집단 혹은 개인들이 재난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는 사회 구성주의적 관점으로 재난을 살펴보는 것이다. 재난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재난을 경험하는 주체들의 해석과 관점에 따라 그 경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Havidán Rodríguez 와 Russell Dynes (2006)는 2004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구했는데, 이 연구를 통해 그들은 미디어가 어떻게 재난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는지를 보여주었다.[각주:2] 이처럼 사회 구성주의적 시각에 따르면 재난은 사회적 상호작용, 정치적 이해관계, 제도적 담론과 같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을 통해 구성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통해 재난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맥락도 파악해 볼 수 있다. 재난에 대한 인식은 인식주체가 속한 사회 구조의 맥락 내에서, 그 관련성과 의미를 구성하는 사회적 및 담론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각주:3]그렇기 때문에 사회 구성주의적 관점을 통해 재난 뒤에 숨어있는 사회적 권력관계를 파악할 수 있고, 재난에 가장 취약한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4]
이에 폭염과 한파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나의 연구에서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한파와 같은 극한 기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연구 문제였다. 쪽방촌에서 지내며 현지 조사를 시작한지 반년 정도가 지나고, 여름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주민들을 만나 폭염과 한파와 같은 극한 기후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이를 어떻게 일상에서 대응해 나가는지를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쪽방촌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나의 하루 일과의 시작은 인터넷으로 ‘쪽방’을 검색해 보는 것이었다. 여름과 겨울에는 특히 쪽방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쪽방에 대한 언론 보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말 어느 날, 그날도 역시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으로 쪽방을 검색해보았다. 여느 날처럼 쪽방에 대한 새로운 기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기사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각주:5] 이 기사에 특별히 눈이 갔던 이유는 메인 사진에 나온 김모(63)씨를 단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기사에 언급된 김모씨는 내가 현지 조사의 일환으로 자원 활동을 하던 주민조직단체를 통해 관계를 맺은 주민으로, 기사가 나오기 불과 한 달 전에 내가 김모씨의 방에서 (사진에 나온 핑크색 이불에 앉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그래서 기사에서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사는 코로나19에 더해서 폭염에 고생하는 사회적 약자인 쪽방촌 주민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얼굴이 모자이크 된 김모씨가 벽에 기대 앉아있는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찍은 사진과 함께 “비좁은 방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선풍기 한 대가 폭염에 맞설 유일한 냉방기였다.”라는 글을 통해,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민들의 취약성이 강조됐다.
실제로 쪽방촌을 그리는 언론의 보도는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쪽방의 열악한 환경에 집중되고, 재난적인 상황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민들의 무기력함이 강조된다. 나 역시 이런 기사들을 통해 폭염과 한파에 대한 고통과 피해를 주민들의 목소리를 연구로 담아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현지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사가 나오기 불과 한 달 전에 내가 김모씨를 인터뷰 했던 내용은 기사에서 담아낸 것과는 약간의 이질감이 있었다. 더위에 무력한 쪽방 주민으로 김씨를 묘사한 기사와는 달리, 내가 김모씨와 나눈 대화에서 그는 폭염이나 한파를 재난적 상황이라고 까지 느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필자: 보통 주민들은 여름이나 겨울에 어떠세요? 김모씨: 신경을 안 쓰지. 나 살기도 바쁜데. 더우면 다들 (밖에) 나와 있잖아. 공원에 나와 있잖아. 다들. 웬만한 사람들 나와서 돗자리 깔고 술 먹고 놀거나 그거 구경하고 이러 자나… 다들 보면. 부류가 딱 두 가지야. 술 먹는 사람은 술 먹고 술 안 먹 사람은 이제 빙빙 더우니까 동네 돌아다니다가 샤워하고. 필자: 아~ 술로 이기거나 아니면 그냥 참거나 하시는 거예요? 김모씨: 참아내고 돌아다니면서 필자: 아 뭐 롯데마트 한 번 가시고 김모씨: 그래 시원한데 가서. 필자: 그러면 시원한데 주로 더울 때 어디로 가세요? 김모씨: (짜증내듯) “에이.. 갈 때가 어디 있어?”
인터뷰에서 보듯이 김모씨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더위와 추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몇 번이고 폭염이나 한파에 관한 질문을 했지만, 그는 이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는 듯했다. 또한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와의 대화에서 그는 예전에 살던 쪽방 건물이 재개발되면서 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획득해서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갔었지만, 다시 자발적으로, 쪽방촌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와 인터뷰를 끝내고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김씨는 왜 폭염과 한파에 대해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할까?” “폭염과 한파가 흔히 언론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재난적인 상황이라면 그는 왜 다시 쪽방으로 돌아왔을까?” 이런 질문을 되뇌었다.
이런 의문을 품고 계속해서 주민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곧 김모씨의 인터뷰를 통해 느꼈던 의문들이 다른 주민들과의 대화에서도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김모씨의 대화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폭염과 한파가 언론에서 재현되는 것처럼 긴박하고 절박한 재난적인 상황이라는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가 쪽방에서 여름을 보냈던 2020년 여름은 예년에 비해 온도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록적인 장마로 여름 내내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무척 높았다. 무더위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나는 종종 꼭대기 층 옥탑에 있는 나의 방 앞 복도에 나와 더위를 식히곤 했다. 8월의 어느 날 하루도 늦은 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밖에 나왔는데, 앞방에 사는 A씨가 머리에는 물이 흥건한 물수건을 머리에 올리고 속옷만 입은 채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오다가다 인사만 하던 그와 처음으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그와 더위를 식히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폭염과 한파에 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많이 더우시죠?”라고 묻자, 그는 “… (더워서) 담배도 웬만하면 나와 피기도 하고. 겨울보다 여름이 못해요~ 겨울은 도망갈 이불 속이라도 있지. 여름은 꼼짝 마라지예. (자기 모습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그라니까 이리 사는 거지예.” 내가 평소에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냐고 묻자, 그는 “더우니까 잠을 못 자겠는 기라. 그러니까 이제 새들이 깰 때가 한 4시 되거든요? 그러면 4시나 되면 바람이 이제 틀려진다고. 왜~ 데워졌던 것도 식고 그라믄 이제, 아 고 때 이제 누워서 사알-짝 좀 자는 거지. 그러면 한 9시 10시까지 자다가 일어나고. 그 담에는 이제 자고 싶어도 더워서 못 자지. 그래도 난 다행히 수도가 있으니까… 수도 저게 거의 백만 불짜리지 [웃음] 쪽방에서는 호텔급이지. 수도가 있다는 거는 바로 문밖에 강이 흐르고 있다는 거거든요. 배산임수라고...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강이... 그게 명당인기라... [웃음]”
A씨와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여름은 당연히 너무나 덥고 고생스럽지만, 수도가 있는 자신의 방을 향해 배산임수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그가 폭염을 재난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나와 같은 건물에 살던 B씨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필자: 여름에 진짜 더울 때 어떻게 하세요? B씨: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큰 눈으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 턱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내 뒤에는 눕혀진 벽걸이 선풍기가 바닥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문을 약간 열어 놔요. 약간 (엄지와 검지로 요만큼을 표현하며) (문틈 사이에 끼어있는 걸레를 보여주며) 그리고 걸레를 싸 악- 넣어놓고 문 열어놓으면 시~원해요~ 바람이 싹 오니까.
B씨는 심지어 인터뷰 내내 문을 열어놓으면 시원하다고 이야기했다. 한 여름에 2평 남짓한 방에서 인터뷰하면서, 나는 몸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문을 열어두고 가만히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B씨의 말에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그려진 것과는 달리, 내가 인터뷰했던 많은 주민들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 오히려 극단적인 날씨에 대한 불안이나 분노를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본 연구에서는 주민들이 극단적인 기후 상황을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것, 이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반응이 놀라웠던 이유는 쪽방의 여름은 실제로 (특히 노인들에게) 위험할 수 있을 정도로 덥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도 폭염 기간 중 쪽방의 열악한 상황을 볼 수 있다.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기후행동연구소>에서 폭염이 쪽방촌의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기간 동안 쪽방의 평균 실내 온도는 오전 31.1도, 오후 31.9도로 밖의 온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내 권고 온도인 26도에서 28도 사이보다 5도 더 높은 수치이다. 습도 역시 73.8%로 해당 기간 권고 습도인 60%보다 14%나 더 높다. 쪽방의 불쾌지수(인간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나타낸 수치)는 84.2로, ‘매우 높음’ 단계(전원 불쾌감을 느낌. 높은 습도 탓에 땀이 증발하지 않아 몸이 끈적임)인 80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또한 이 조사에 참여한 주민들의 70%가 어지러움, 두통, 땀흘림, 무력감/피로, 호흡곤란 등 건강이상 자각 증상을 호소하였고, 폭염 기간 동안 수면 시간이 2시간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수치들은 쪽방에서 폭염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 역시 연구 기간 동안 쪽방에 살면서 직접 그 더위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각주:6] 더위에 크게 개의치 않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나는 주민들의 극한 기후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왜 주민들은 폭염과 한파를 재난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 나갔다.
나의 이런 고민을 현지 조사를 하면서 가장 친하게 지내온 현지 주민인 C씨와 함께 나눈 적이 있었다. 하루는 동네에서 C씨와 길을 걷다가 폭염과 한파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 주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내가 이야기를 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일년 내내.. 그냥 꾸준히 뭐 사계절 내내 괴로운 생활이야… 그러니까 일상이 재난이지. 매일이 그런데.. 일상이 재난인데… (여름/겨울) 더 힘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 여름/겨울이 딱히 더 힘들게 없다는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크게 한 방 먹었다. 특히 ‘일상이 재난’이라는 그의 말은 그동안 갖고 있었던 물음에 답이 되어주었다. “쪽방은 일상이 재난이다”라는 그의 말을 통해 주민들이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특정 자극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매우 취약한 주거 환경에서 살면서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 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C씨와 같은 처지의 주민들에게 더위와 추위는 너무 힘든 삶의 일부인 것이다.
'일상이 재난'이라는 관점은 쪽방의 취약성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폭염과 한파가 어떻게 주민들의 삶을 취약하게 만드는 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일상이 재난'이라는 관점을 통해 쪽방촌 주민들이 취약한 환경 속에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매일매일 생계를 꾸려 나가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어 보니, 그동안 쪽방촌에서 참여 관찰하며 기록한 것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림 1.
그림1은 쪽방촌의 “일상이 재난이다”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바로 마을 곳곳에 붙는 부고이다. 동자동에는 매년 20명에서 30명의 주민이 방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돌아가신 주민의 상당수가 방에서 사망 후에 이웃의 신고로 발견된다. 사후에도 주검을 찾는 가족이 없어 대부분은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된다. 이렇게 일 년에 수도 없이 동네 주민들이 사라진다. 주민들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면 동자동의 주민조직에서 마을 곳곳에 부고를 붙여 소식을 알린다.
내가 현지 조사를 하던 2020년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첫해였다. 당시 코로나19로 사망한 국민의 수가 40명이 갓 넘었는데, 이미 국가적 재난적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이 불과 1,000명 정도인 동자동에서는 매년 평균적으로 20에서 30명 사이의 주민들이 방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부고는 쪽방촌에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일상이 재난임을 알려준다.
그림2.
그림2 역시 일상이 재난인 쪽방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사진은 도시락 나눔 활동을 하는 가톨릭 관련 기관에서 내가 참여관찰의 일환으로 봉사자로 도시락 배달을 갔을 때 찍은 사진으로, 한 주민의 방문 앞 복도의 모습이다. 얼핏 보면 쓰레기가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주민분이 받은 도시락과 빵 그 외 음식들을 바구니에 덮어 보관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일상의 삶 자체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볼 수 있다. 물론, 폭염이나 한파가 오면 쪽방촌 주민들의 취약한 여러 상황들이 더 악화될 것이다. 더위로 음식 조리가 힘들어 식사하기 힘들고, 혹은 이렇게 밖에 내놓은 음식들이 더 빨리 상해 배탈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는 공간 자체와 삶이 이미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서, 덥고 추움은 큰 변수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림 3.
그림 3은 내가 살던 쪽방 건물의 지하 쪽방 사진의 모습으로 사회복지사와 함께 주민을 방문하였을 때 찍은 사진으로, 여름철 높은 습도로 인해 한쪽 벽면이 곰팡이로 뒤덮여 있는 쪽방의 모습이다. 이 사진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이 매일 직면하는 어려움, 일상이 재난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 흔히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을 폭염이라고 한다. 하지만 쪽방의 여름은 폭염이 아니어도 곰팡이가 끼는 이런 환경이 일상인 것이다. 이렇게 매일 매일 재난과 같은 일상이 쪽방촌 주민들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폭염이나 추위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본글은 Kang, J. (2024). “Every day is a disaster”: Climate vulnerabilities and disaster subculture of jjokbang‐chon in Seoul, Korea and its implications for social work.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Welfare. 을재구성하여작성한것임을 밝힌다.[본문으로]
Douglas, M. and Wildavsky, A. (1982), Risk and Culture: An Essay on the Selection of Technological and Environmental Dangers,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Berkeley. [본문으로]
Sun, L., & Faas, A. J. (2018). Social production of disasters and disaster social constructs: An exercise in disambiguation and reframing. Disaster Prevention and Management: An International Journal, 27(5), 623-635.[본문으로]
2020년 8월의 어느 날 밤,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방에서 컴퓨터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다. 평소에는 너무 더워 문을 열어두지만 그날 밤은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문을 닫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었다. 덥긴 했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 동안 강의를 듣고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잠깐 나왔는데, 순간 메스꺼움을 느꼈고 몸이 식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을 식히기 위해 근처 남산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렇게 언덕을 오르던 중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고 입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구토 증상을 느꼈다. 순간 이게 흔히 말하는 더위를 먹은 열탈진이라고 느꼈고, 곧바로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무더위 쉼터에 가서 에어컨을 30분 정도 쐬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