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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키치 사이의 일상: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 서평 신화와 키치 사이의 일상: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 서평  김무겸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세미나회원  1.  『공통의 장소: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는 소비에트 시절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문화비평가 스베틀라나 보임의 책이다. 이 책은 1994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판되었고, 2002년에는 러시아어 판본이 출판되었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문학 연구자인 김민아의 번역본으로 2019년에 나왔다.  출판 직후, 서구의 비평가들은 하나같이 ‘외부자가 된 옛 소련인’이라는 보임의 이중적 정체성에서 글의 독특한 힘을 보았다. 서구 유럽의 지적 담론과 소비에트인의 문화적 감각을 동시에 가질 수 있었던 보임의 이중적 정체성이 해당 문화 내부에 사는 사람들의 관습화된 지각으.. 2022. 4. 28.
『2146,52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노동자의 ‘조용한 죽음’과 529명의 부고 2017년 노동건강연대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종종 아주 썰렁한 장례식장을 갈 때가 있다. 화환 하나 없이, 달랑 사망한 분의 이름과 사진 그리고 가족 몇 명 이외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없는 그런 장례식장들이 있다. 화재로 9명의 노동자가 사망해 한 병원의 장례식장이 가득 찼지만 찾아오는 이가 없어 적막이 돌던 곳도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가족의 울음소리, 조문객들로 적막함이 깨지기도 하지만 발인을 하고 화장터에서 화장할 때까지 몇 몇의 가족과 동료, 친구만이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장례식들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매해 일을 하다 사망하는 2,000여명의 죽음은 이렇게 조용히 가족과 친구들의 .. 2022. 4. 26.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한상원(서교인문사회연구실/충북대) [이 글은 필자가 참여한 4월 11일 학술대회 논평문과 4월 22일 경상국립대학교 학술세미나 발표 과정에서 준비한 원고를 토대로 수정, 보완을 거쳐 작성한 것이다.] 들어가며: 서구중심주의 이후 철학계에서는 ‘서구중심주의 이후’라는 문제로 논쟁이 존재한다. 우리가 잘 아는 위대한 철학사의 전통들, 예컨대 칸트, 헤겔, 맑스는 모두 서구중심주의자들이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학자들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해 등장하는 흐름이 ‘반서구’의 관점을 추구하면서 ‘동양적인 것’ 내에서 서구를 극복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야 한다는 또 하나의 강박에 노출될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 2022. 4. 24.
러시아 제국주의에 관하여 러시아 제국주의에 관하여 정보라 (민주노총 비정규교수노조) 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침공 전이던 2월 중순,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때 러시아와 러시아의 편에 붙은 벨로루스 정부는 “48시간 이내에 수도 키이우를 장악한다” “사흘이면 전쟁이 끝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침공 후 49일째인 지금 수도 키이우는 실질적으로 한 번도 장악당하지 않았고 키이우를 향해 진격하던 러시아군은 패퇴했으며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고국을 훌륭히 방어하고 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그리고 무슨 근거로 48시간이니 72시간이니 하는 비현실적인 숫자를 대며 키이우 장악을 자신했을까? 1. 조지아 전쟁 (2008) 2008년 8월 .. 2022. 4. 22.
장애인 대중 주체의 형성을 위하여: 전장연 박경석 인터뷰 (1/3)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활동가 인터뷰정리: 노의현, 장희국, 정정훈,     * 본 인터뷰는 2017년도에 만들어진  「 한국 '진보적 인권운동'의 역사에 대한 인권활동가 인터뷰 자료집: 1993년부터 2012년까지의 시기를 중심으로」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인권활동가가 되기까지] Q. 박경석 활동가가 장애운동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A. 저는 83년도에 장애를 입었습니다. 대학 내 행글라이더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제대 후에 복학해서 활동하고 있었죠. 군대는 80년도 해병대에 지원해서 수색대에 있었어요. 어차피 고생할 거 즐겁게, 짜릿한 걸 해보자는 주의여서요. 거기서 낙하산, 스킨스쿠버 등을 배워서 노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군대 가기 전에도 가만히.. 2022. 4. 19.
‘캔자스시티에 해방을’: 디지털 그리오로서의 자넬 모네의 혁명(3/4) 카산드라 L. 존스(신시내티 대학 아프리카학 조교수) 저 단감 번역 모네의 리믹스된 역사 음악적 무기나 전기 자극을 사용하여 지역 사회를 음악적으로 단결시키고 역사를 리믹스하면서 모네의 작품은 단절되지 않은 역사의 연쇄를 보여주는 동시에,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우리 아프리카의 과거를 재구축하자는 아프리카 미래주의의 또 다른 목표를 재현한다. 그러나 잉글리쉬와 킴, 그리고 토비아스 C. 반 빈 등 모네의 작업을 연구하는 몇몇 학자들은 모네가 어떤 식으로든 대서양 흑인 정체성의 경계를 초월했다고 본다. 반 빈은 사이보그 신디 메이웨더가 대서양 흑인 정체성의 다른 버전에선 끈질기게 출몰하곤 하는 억압의 역사로부터 얼마간 자유로운 흑인성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메이웨더는) 너무나 자주 게토 리얼.. 2022.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