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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산업재해는 어떻게 숨겨졌나 한국사회 산업재해는 어떻게 숨겨졌나 전주희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한국의 산재는 유별나다. 매년 2000명이 넘게 일하다 사망하는 수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2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2,223명이 한해에 일터에서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했다. 반면 산재사망을 제외하고 일하다 아프거나 다치는 산재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산재사고가 많다면 당연히 사망률도 그에 비례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산재사고는 매우 적은데 산재사망률은 높게 나온다. 사망사고는 숨길 수가 없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만 사망이 아닌 다치거나(사고로 인한 산재) 아픈(업무상 질병 재해) 경우 산재가 광범위하게 은폐되면서 산재통계가 왜곡된다.  숨겨진 위험, 구조화된 위험 산재은폐는 어느 .. 2024. 5. 27.
미셸 푸코의 1971-72년도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형벌의 이론과 제도』의 편집자 버나드 하코트에게 보내는 발리바르의 서한(2014년 12월 4일) 미셸 푸코의 1971-72년도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형벌의 이론과 제도』(Théories et institutions pénales)의 편집자 버나드 하코트(Bernard E. Harcourt)에게 보내는 발리바르의 서한(2014년 12월 4일)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배세진 옮김 [옮긴이] 이 글은 2015년 출간된 미셸 푸코의 강의록 『형벌의 이론과 제도』에 부록으로 실린, 발리바르의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번역한 것이다. 1975년 출간된 『감시와 처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처벌 사회』와 『형벌의 이론과 제도』라는 강의록의 출간을 통해 연구자들은 『감시와 처벌』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발리바르는 특히 마르크스와 푸코,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알튀세르와 푸코 사이의 관계라.. 2024. 5. 21.
쪽방촌은 왜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가? (1/2) 쪽방촌은 왜 폭염과 한파에 취약한가?  (1/2)  강준모 | 캔자스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취약성이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기후 취약계층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취약성(vulnerability)은 기후 변화, 재난 연구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개념 중 하나이다. 실제로 1967년부터 2005년까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에 걸친 기후변화/재난 취약성에 초점을 맞춘 논문의 수가 900편이 넘는다고 한다. [1] 이렇듯 다양한 학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다 보니, 각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이를 개념화하고 해석하는 접근 방식이 달라 혼란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크게 결과적 취약성(outcome vulnerability)과 맥락적 취약성(contextual vulnerab.. 2024. 5. 18.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 선언문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 선언문: 1988년 11월 15일 마흐무드 다르위시( مَحمُود دَرْوِيْし/  Mahmoud Darwish)번역: 조지훈 x 박기형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옮긴이 서문)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 선언문은 1988년 11월 15일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입법 기관인 팔레스타인 국가평의회에 의해 채택되었다. 선언문은 마흐무드 다르위시에 의해 작성되었고, 에드워드 사이드가 이를 영어로 번역하였다. 본 번역문은 사이드의 영어 번역을 바탕으로 옮긴 것이다. 다르위시와 사이드 모두 1980년대 까지 PLO에 참여하였고, 이 선언문을 낭독했던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를 지지하였다. 1964년 아랍연맹에 의해 창설된 PLO는 사이드의 평가에 따르자면, 팔.. 2024. 5. 12.
카렌 버라드, 양자역학, 그리고 상호배타성의 역설 (1) 카렌 버라드, 양자역학, 그리고 상호배타성의 역설 (1) Karen Barad,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g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2006), 544 pp.  트레버 핀치(Trevor Pinch)번역: 김강기명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김강기명 회원이 우리 웹진에 아주 드문, 그래서 더욱 귀한 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해 주었습니다. 카렌 버라드가 2006년에 출간한 저서  Meeting the Universe Halfway: Quantum Physics and the Entanglement of Matter and Meanin.. 2024. 5. 9.
산재 유가족 운동과 진상조사보고서 [보고서] 산재 유가족 운동과 진상조사 보고서(2024.3.), 전주희 - (전주희, 정우준) 보고서 중 2장"한국사회에서 산재사고는 오랜 기간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은 채 반복되어왔다. 그 결과 산재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은 채 산재은폐가 구조화되었다. ‘숨겨진 산재’는 산재 피해자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감춘다. 산재 당사자뿐만 아니라 산재사망으로 남겨진 유가족 그리고 피해노동자의 동료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들로 죽거나 살아남았다. 한국사회 산업재해 해결의 실패는 산재 원인 규명의 실패이자, 산재 피해자 지우기의 결과다. 이 과정을 통해 산업재해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의제가 아니라 산업활동에 따른 부수적 피해로 정당화되어 왔다. 다만 몇몇 사례들이 균열을 일으키고 '사회적 사실'로서 .. 2024. 4. 26.
김수환 - 두브로브니크 강좌(1990)와 수전 벅-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 연대에 이르지 못한 우정에 관하여 3 두브로브니크 강좌(1990)와 수전 벅-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 연대에 이르지 못한 우정에 관하여 3  김수환 | 한국외대  2-3. 두 개의 주권: 냉전의 종식과 꿈의 소멸 앞서 언급했듯이, 약 10년간의 모색을 통해 벅-모스가 도달한 통찰의 핵심은 지난 세기 동쪽과 서쪽을 지배했던 두 체제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공통 기획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체제를 “공통의 기획의 서로 다른 부분들”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벅-모스가 이제껏 (주로 벤야민을 통해) 고찰해온 근대성의 주요한 매개변수들, 이를테면 기계, 대중, 영화, 무엇보다 ‘충격’과 ‘마비’ 같은 키워드들을 더 이상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유형으로 ‘몽타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 2024. 4. 25.
“‘자본’을 읽자”를 읽자 : "'자본'을 읽자" 헝가리어판 서문 『“자본”을 읽자』를 읽자: 『“자본”을 읽자』 헝가리어 완역본에 붙이는 에티엔 발리바르의 서문 [1][2]  에티엔 발리바르 지음배세진 옮김   이 글을 통해 『“자본”을 읽자』 헝가리어 완역본에 붙일 서문을 집필해 달라는 저의 친구 아담 타칵스(Adam Takacs)와 그 출판사의 제안에 응할 수 있어 저는 매우 기쁩니다. 분명 저는 프랑스어 원본이 처음 출간된 지 50년이 흘러 이 책을 읽게 될 헝가리 독자들에게 맡겨진 이 책의 운명이 어떠할지 전혀 짐작할 수 없습니다.[3] 하지만 저는 이 저서의 헝가리어 번역이 20세기 지성사 -그 정치적 역사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한, 그리고 또한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비록 서로 다른 양태하에서라고 할지라도).. 2024. 4. 21.
김수환 - 두브로브니크 강좌(1990)와 수전 벅-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 연대에 이르지 못한 우정에 관하여 2 두브로브니크 강좌(1990)와 수전 벅-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 연대에 이르지 못한 우정에 관하여 2  김수환 | 한국외대 2-2. 파국적 불일치: 냉전의 클리셰  파국적 균열은 강좌의 주제를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불거졌다. 소비에트에서 학술회의 제목을 붙이는 행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벅-모스는 선택의 권한을 모스크바 측에 위임했는데, 뜻밖에도 그들이 제안한 제목은 “포스트모던 담론의 철학적 문제들”이었다. 이 제안이 불러일으킨 당혹감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당시까지만 해도 “포스트모던”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설익은) 개념이었을 뿐 아니라 해당 용어의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에게 (후기)자본주의와 그것의 소비주의적 문화형태로 간주되기 일쑤였다(19.. 2024.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