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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무브 Writing115

저항하는 자연: 제이슨 W. 무어,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서평 저항하는 자연- 제이슨 W. 무어, (갈무리, 2020) 서평 권범철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이 글은 2020년 겨울호 제86호(246~255)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용 시 해당 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매해 기록을 경신하는 더위, 녹아 내리는 빙하, 사라지는 동·식물 등을 다루는 기사에 우리는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21세기 들어 그 징후는 더욱 분명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 기사들은 대체로 지구가 혹은 자연이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하게 파괴될 것인지 보도하고 예측한다. 그 기사들의 논조는 대체로 어둡다. 지구는 서서히, 그러나 점점 속도를 내면서 망가져가고 있다.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는 바이러스 사태는 이러한 자연.. 2026. 3. 13.
멀리 가는 이야기로서 재난과 애도: 『재난 이후, 사회』 서평 멀리 가는 이야기로서 재난과 애도-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기획, 『재난 이후, 사회』(나름북스, 2024) 천주희 (『문화/과학』 편집위원) *이 글은 『문화/과학』 121호(269-280쪽)에 실린 글입니다. 인용 시 해당 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7C 21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추락했다.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는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안전시설과 담벼락에 잇달아 충돌했고, 탑승 중이던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참사 직후 제주항공사는 ‘무안공항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 안내문을 게시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은 참사를 ‘사고’로 축소하고 항공사 이름 대신 ‘무안공항’이라는 지역을 내세우면서 기업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한다는 비판을 .. 2026. 3. 13.
정치의 새로운 실천은 철학의 새로운 실천과 어떻게 조우하는가? : 알튀세르의 유고를 읽기 위한 하나의 질문 정치의 새로운 실천은 철학의 새로운 실천과 어떻게 조우하는가?: 알튀세르의 유고를 읽기 위한 하나의 질문 정정훈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이 글은 황해문화 통권 제108호(2020년 가을)에 실렸습니다. 인용은 해당 자료로 부탁드립니다. 1.1976년 충격의 효과와 알튀세르 공부의 몇몇 시기에 각기 다른 관심사로 알튀세르를 읽어왔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특히 내 흥미를 가장 강하게 자극한 것은 1976년의 충격 속에서 쓰여진 일련의 텍스트들, 즉 마르크스주의 위기를 선언하고 그 위기를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고자 고투하던 시기의 알튀세르였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포기하고 민주적 방법에 의한 사회주의로의 이행 전략, 곧 결국 유로공산주의로 종합되는 전략의 전환을 결정한 1976년 프랑스 공산.. 2026. 3. 8.
조직화의 관점으로부터: 보그다노프와 아우구스티누스적 좌파 (1) 조직화의 관점으로부터: 보그다노프와 아우구스티누스적 좌파 (1) 로드리고 누네스번역: 김수환 | 한국외대 노버트 위너의 1950년 저작 『인간의 인간적 활용』의 첫 번째 장인 「진보와 엔트로피」는 악마학(demonology)에 관한 짧은 논문이기도 하다. 본문은, 예상할 수 있듯이, 유명한 맥스웰의 악마[이야기]로 시작한 뒤 두 가지 버전의 악마, 즉 위너가 마니교적 것과 아우구스티누스적인 것이라고 정의한 두 악마 유형을 비교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처음엔 받아들였다가 평생 싸우며 극복하려 했던 마니교 이단에 해당하는 첫 번째 버전에서, 악마는 질서에 반대하는 능동적인 힘이자, 피조물을 무질서하게 만들고자 하는 과정에서 어떤 속임수도 쓸 수 있는, 무한히 창조적인 적대자일 수 .. 2026. 2. 18.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와 『텍톨로지』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와 『텍톨로지』: 로드리고 누네스의 의 번역에 부쳐 김수환 | 한국외대 이번에 번역 소개할 글은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Aleksandr Bogdanov, 1873–1928)의 주저 『텍톨로지 에세이 Essays on Tektology』의 포르투갈어 판본인 Ensaios de Tectologia: A Ciência Universal da Organização (Machado, 2025)에 introductory essay로 실린 「조직화의 관점에서: 보그다노프와 아우구스티누스적 좌파 From the Organizational Point of View: Bogdanov and the Augustinian Left」이다. 이 글은 2025년 e-flux 저널(Issue #152, 153).. 2026. 2. 8.
IMF 이후의 청년 서사와 ‘박탈’의 가능성 IMF 이후의 청년 서사와 ‘박탈’의 가능성[1] 지영 (서교인문사회연구실 회원) Ⅰ. IMF 이후 청년의 자리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겪으며, 청년들은 구조적 불안정 속에서 ‘자기 계발’의 논리를 내면화한 주체로 재구성되었다. 안정적 고용과 복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스스로의 생존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압박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 계발하는 주체’는 유연한 노동 주체이자 자기 계발 문화를 소비하는 개인으로, 신자유주의 체제의 요구들을 수행하면서 그 체제에 철저히 종속되었다.(서동진, 2010) 얼핏 보면 이 주체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개인으로 보였지만, 그 실상은 불안정성을 체화한 채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착취하는 존재에 가까웠다. 그.. 2026. 1. 14.